말레이시아 회사 중 우리 회사는 해외출장을 갈 수 있는 기회가 많다. 특히 해외 마켓을 담당하는 직원들은 해외출장의 기회가 잦은 편이다. 클라이언트 미팅도 하고, 행사 참여 및 진행도 한다. 나도 지금 회사에서 일한 지 1년을 조금 넘겼는데, 해외 출장을 두 차례 갈 기회가 있었다.
사실 해외출장의 의미가 옅은 것은 '한국'으로 역수출(...) 당하는 느낌이라서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런 해외출장이 없으면 한국에 올 기회가 없을 것 같기는 하다. 한국행 출장은 앞으로도 기회가 좀 있을 것 같은데, 이대로라면 아니올시다!
이번에 확실히 이직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이 출장 때문이었기에, 회사에서 잡아도 잡히지 않도록 나의 분노를 여기다 좀 풀어놓으며 기억하고자한다.
1. 내 돈 내고 가는 출장?
사실 미국에서나 한국에서 일했던 회사에서는 출장을 갈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출장, 혹은 해외출장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무지했던 것이 사실이다. 다만, 지금 회사에서 출장을 다니며 느낀 것은 도대체 내가 왜 내 돈을 써가면서 출장을 다녀야하는가 라는 점이다.
특히 이번 두 번째 출장은 회사에서 급하게, 불필요한 인력을 보낸다는 이유로 출장비를 심각하게 깎아버렸다. 그래서 생긴 말도안된 일 하나, 주말 새벽 1시 비행기를 타고 가시오. 이는 항공편에서 버짓을 줄이겠다는 의지이기도 했는데, 거기서 생긴 문제 둘, 기내식 취소. 왕복 비행기 모두 LCC편을 타야하는 것에 더불어 7~8시간 비행편에 기내식 없이 비행을 하라는 개떡.
개인적으로 기내식을 꼭 먹어야되는 사람은 아니라, 여기까지는 눈 꼭 감고 이해해줄 수도 있었지만, 한국 안에서의 출장비는 더더욱 말이 되지 않았다. 하루 세 끼 밥을 사 먹을 돈도 되지 않는 금액. 아니, 사실 내가 이번에 썼던 금액을 계산해보면 한국에서의 '대중교통비'만큼의 출장비만 제공했다. 출장비로 돈을 펑펑 써가며 호화/사치스러운 출장을 하자는 것도 아닌데... 도무지 이 금액으로 어떻게 클라이언트 미팅을 하러 돌아다니고 밥을 사 먹으라는 건지. 아니면 밥을 먹지 말라는 건지(?)
2. 출장비는 후불입니다.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는 점 둘. 출장비를 후불로 지급. 이것도 할 말이 많다. 내가 내 돈을 미리 다 써놓고, 회사에 청구를 하면 돌려받는 방식. 다만, 이것이 빨리 돌아오는 것도 아니라 3개월 정도 기다려야한다. 원화로 돈을 쓰고 말레이 링깃으로 받는 것도 이해가 안되는 부분. 원화로 돈을 쓰려면 그도 환전을 해야하는데 이 과정에서 환율 손해를 보게 되고, 그 이후에 링깃으로 돌려받는 과정에서 환율변동이 있다면 더불어 환율손해를 보게 되는 것.
후불이라고 하더라도, 출장비를 쓰고 복귀한 즉시 돌려준다면 괜찮겠지만, 내가 이미 개인금액으로 다 쓰고 난 이후에 3개월이나 기다리는 과정은 너무나... 황당하다. 그 중간에 그만두면 어떡하게?
3. '일 하기 싫어?'
이렇게 내 돈 써가면서, 호텔방에서 밤새가며 회의준비, 행사준비를 해도 회사에서 돌아오는 소리는 '일 하기 싫어?'. 사실 이 소리 듣고 회사를 더 다니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 오죽하면 옆에서 듣고 있던 친구가 I hate the way they treat you. 라고 하는데, 사실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고, 이직의 마음을 굳게 다지기도 했다.
도대체가 얼마나, 어떻게 더 일해야 '일 하기 싫니?'라는 소리를 듣지 않을 수 있을까? 아니, 그건 불가능하다고 본다. 내 몸 다 갈아서 넣을 정도의 급여를 주는 것도 아닌데 도대체 왜...? 라는 의문만 남았던 출장이었다.
4. 고호맙습니다!
이렇게 힘들고 불만도 많았던 출장이었지만, 여기서 얻은 교훈이 정말 값지다. 그것은 바로 '당장 그만두시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제까지 이 회사를 다녔는지 너무나 억울한 마음이 크다. 물론 이번 회사를 다니면서 배운 점도 많고, 개인적으로는 도움이 되는 경력이라고 생각하기에 이쯤 했으면 됐다 싶다.
이제 다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시기이다. 돌아가자마자 할 일이 너무 많다. 힘내야지!
서울 횡단을 해가면서까지 굳이 사옥에 가서 밥을 먹어야했다! 돈이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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