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의 절반 정도를 해외에서 보내고 있는 입장에서, 요즘 매일 드는 생각이 '관계'에 대한 것이다. 물론 해외에서 일을 하러 온데다 이곳에서 학교를 나온것도 아니니 모든 생활이 '일'에 맞춰져 있고,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이곳에 오고 나서 정을 많이 나눈 친구는 기껏해야 두어명 정도 될 거다.


해외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레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러다보니 생각할 시간도 많아졌고, 외로움을 느낄 시간도 많아졌다.


한국에서의 나는 잘 몰랐다.

내가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사람이라는 걸.



가끔 나는 회사 휴일에도 회사에 나간다. 회사에 나가면 공휴일이건, 주말이건 누군가는 일을 하고 있다. 아예 일하는 직원이 아무도 없을지라도 하다못해 경비원이라도 있다. 물론 그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은 아니다. 부끄러움이 많은 성격이니까. 그저, 그냥 누군가가 옆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안도가 된다.


보통 사람이 아주 많은 곳을 지나다니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주말에도 사람이 북적거리는 쇼핑몰에서 네다섯 시간쯤은 식은죽먹기로 돌아다닌다. 물론 쇼핑몰 투어(?)를 마치고 텅 빈 방안에 돌아오면 더 외로움에 사무치는것 같다.


편하지도 않고 맞지도 않는 회사사람들과 억지로라도 여행을 자주 다니는 것도 그런 외로움에서 시작된 건 아닐까...



시덥잖은 글을 읽거나 전혀 슬프지도 않은 영화를 보고도 눈물을 펑펑 쏟아내던 감정적인 사람이었는데, 이런 외로움들에 둘러싸이다보니 어쩐지 감정적인 것도 속으로 다 삭히게 되는 것 같다. 누구에게 표현할 수 없는 걸. 그럴만큼 내 생활과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일까. 글쎄, 너무 외롭다.


이렇게 닫힌 사람이 된 것도 자기방어적인 성격과 자존심이 똘똘 뭉친 결과일까. 누군가가 나를 나약한 사람으로 보는 것이 너무 싫고 자존심 상한다. 특히 내가 많이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렇게 보이고싶지 않다. 나는 항상 자신감에 차있는, 강한 사람이고싶다. 혼자서도 척척 잘하는 사람이고싶고, 항상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고싶고,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아도 스스로 해내는 사람이고싶다. 


다음 목적지가 어디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외로움과는 계속 싸워야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