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도염에 걸렸다. 아직도 완전히 낫지는 않았다. 편도염은 목감기의 심한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구개편도가 붓고 염증이 눈에 보일 정도로 차며 목감기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 처음에는 그냥 가벼운 감기라고 생각했다가 점점 증상이 심해진다. 내가 겪고있는 편도염 증상들.


1. 첫쨋날 증상

첫날에는 감기인줄 알았다. 목이 따끔하고 기운이 좀 없었다. 아주 심하지는 않았지만 목안이 아픈 증상이 하루종일 계속됐다. 아침에 일어날때부터 목이 아팠다. 에어컨을 틀고 잔 탓일까 싶어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왠지 기운이 없고 하루종일 축 쳐졌다.


이후에는 전신이 피로하고 몸에 힘이 안들어갔다. 낮잠을 좀 자면 나을까 싶어 2~3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니 머리가 좀 아팠다. 여전히 몸에 힘이 없었다. 1.3kg 짜리 노트북 들기도 버거울 정도였다. 감기몸살이라고 생각했다.


증상이 아주 심하거나 통증이 심하지는 않아서 발포비타민을 먹었다.


2. 2일차

이튿날에는 목이 좀 더 아팠다. 이때까지도 목감기라고 생각했다. 여전히 몸에 힘이 없고 기운이 쭉 빠졌다. 아침에 일어나니 얼굴이 퉁퉁 부었다. 그 전날 먹었던 일본라멘 탓이려니 생각했다. 왠지 왼쪽 볼과 턱이 더 부은 느낌이었다.


3. 3일차 (최악)

이틀에서 사흘로 넘어가는 밤에 엄청나게 아팠다. 고열이 나기도 했다.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목이 심하게 부어 침을 삼키기 어려웠다. 침을 삼키는게 너무 아파서 침을 안삼키고 있으니 자꾸 입에 침이 고였다. 화장실을 들락거렸다. 이때부터는 좀 무서워졌다. 이렇게 아파본 게 또 오랜만이다. 목이 심하게 붓고 턱도 많이 부어 거울을 보면 외관으로도 볼거리 걸린것처럼 퉁퉁 부은게 느껴졌다. 


혼자서 플래시 켜고 찍은 편도 사진. (3일차)

이걸 보고 편도염을 확신했다.

사진이 좌우반전 되었는데 사진상 오른쪽이 왼쪽 편도.

어쩐지 왼쪽 목이 불편하고 아팠다.


증상을 대강 추려서 찾아보니 편도염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부랴부랴 새벽에 핸드폰 플래시를 켜고 편도를 들여다봤다. 편도염을 검색했을 때 나왔던 사진과 상태가 비슷했다. 왼쪽 편도가 엄청나게 부었고 하얗게 삼출액이 붙어있었다. 아주 더러워보이고 징그러워보였다. 새벽이고 해외인지라 이 때 병원에 갈 수가 없었다.


4. 4일차 (병원행)

병원에 갔다. 동네에 있는 의원같은 곳에 갔는데, 의사에게 증상 설명을 하고 혈압과 체온을 쟀다. 새벽에는 몸이 뜨끈한게 느껴질 정도로 열이 났는데 막상 의원에서 재보니 36.9도 정도였다. 그렇게 열이 나진 않는다고 했다. 다만 의사가 보자마자 편도가 많이 붓고 염증이 생겼다며 항생제를 받아 3일간 복용하라고 했다. 그래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거나 다른 부위에 통증/염증이 생기면 3일치를 더 처방해주겠다고 했다.


삼출액이 더 하얗게 보여 증세가 심해진거같지만
붓기를 보면 확실히 줄었다.

붉게 충혈된 구강 내부도 조금 완화된 것 같다.


항생제와 함께 통증을 줄여주는 paracetamol(진통소염제)을 처방해주었다. 편도염에는 가글을 해야한다며 가글제도 같이 주었다. 병원에 갔다오는 길에도 정신이 하나도 없고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집에서 3시간 정도 낮잠을 자고 밤에는 10시부터 잤다.


5. 5일차 

말을 할 수 없다. 목에서 쉰소리가 나는것은 물론이고 정상적인 음량으로 목소리를 낼 수가 없다. 말을 하더라도 목이 아파 금새 말을 하지 않게된다. 왠지 항생제 부작용이 있는듯하다. 항생제 복용 후 꼭 설사를 했다. 복부 중앙에 바늘로 찌르는듯한 통증이 있다. 그래도 목이 아픈게 더 통증이 심해서 복부 통증은 참을만했다.


전날에 너무 많이 자서 그런지 새벽까지 잠을 자지 못했다. 핸드폰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려 사진을 찍어보니 그 전날보다는 확실히 붓기가 줄었다. 다행이다.


목이 아프긴 하지만 음식은 그냥저냥 잘 먹었다.


6. 6일차 (오늘)

잠을 설치고 늦게 잔 탓인지 피곤하다. 목도 계속 아프다. 어쩐지 어제보다 더 아픈 느낌이다. 말을 역시 큰 소리로 할 수 없다. 되도록 말을 아끼는 중이다. 역시나 항생제 부작용인듯하다. 아침에 항생제를 먹고 난 이후에 3시간정도 지나자 복부 중앙 통증과 함께 설사증상이 나타났다. 


편도염 때문에 이게 무슨 고생인지. 딱히 원인이 될만한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겠다. 턱이나 볼 붓기는 심하지 않다. 거울로 보면 얼굴이 이제 정상적으로 보인다. 다만 목/턱 경계에 아직 불룩하게 만져진다. 여전히 편도는 부어있고 삼출액도 그대로 하얗게 붙어있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은 것 같으면 병원에 다시 가야겠다.



나의 경우는 급성편도염이고 다른 부위로 염증이 퍼지지 않도록 항생제 처방을 받았다. 이제까지 편도염 증상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없었다. 이렇게 목이 심하게 아파본 것도 처음이고 편도가 이렇게까지 부은 것도 처음이다. 편도가 가장 심하게 부었을 때는 (3일차) 숨쉬기도 살짝 힘든 정도였다.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


혹시 이 글을 보는 편도염 증상 환자들이 있다면 꼭 병원(이비인후과, 해외시라면 general clinic에라도 가세요)에 가서 필요한 약을 처방받기를 바란다. 편도염은 보통 크게 약을 쓰지 않아도 증세가 호전되지만 일부의 경우 다른 부위가 감염이 될 수 있다고 하니 병원에서 항생제를 처방해주면 '감기인데 왜' 하지 마시고 복용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