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나도 '디지털 노마드'라고 한다. 커다란 백팩에 맥북을 들고 카페나 코워킹 스페이스를 전전하는 애들이 What do you do? 라는 질문에 '난 디지털 노마드'라고 대답할 때마다 머릿속에 물음표 백만개가 생긴다. 디지털 노마드 자체가 직업이니?

 

디지털 노마드 행세를 하고 다니는 인간들을 너무 많이 봤다. 특히 휴가 때 근교 휴양지로 다닐 때면 어딜 가든 자칭 '디지털 노마드' 무리들이 발이 채일 정도로 많았다. 특히 재밌었던 건 캄보디아 코롱에서 만난 *자칭* 디지털 노마드 가이드분. 아시아 국가 여럿에서 영어강사를 하다가 캄보디아까지 흘러와 6인실 도미토리에 묵으며 가이드를 하는 것으로 근근히 생활중이라고 했다. 여기서 질문, 여기서 '디지털'은 무엇인가. 길거리에 노점상 식으로 가판을 벌려놓고 운영하는 투어부스의 가이드. 가이드 일을 하면서 시급을 받는다고 했으며, 이 장사가 이루어지는 방식은 Community Managing 등이나 온라인 채널을 하나도 사용하지 않고 가판에서 영어 모국어 백인 세명이 구호를 외쳐가며 호객하는 식. 예. 참으로 디지털.

 

바다와 맥북 조합은 언젠가부터 디지털 노마드의 상징이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디지털 노마드의 조건?은 이랬다. 본인이 어느 한 국가, 한 도시에 머물지 않아도 원하는 곳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본인이 생활을 영유할 수 있는 정도의 생존능력을 가지고 있을 것. 기간이 짧든 길든 자신의 가치관이나 생활패턴에 맞게 원하는 거주지를 정하거나 옮겨다닐 수 있음. 3개월 단기 속성 교육을 통해 얻는 사짜 지식이 아닌 본인의 스페셜리티 분야가 있을 것. 

 

요즘에는 하도 '디지털 노마드'를 칭하고 다니는 이들이 많아서인지, 내가 실제로 만난 이들 중 저 요건들에 가장 충족하는 사람들은 '나는 디지털 노마드요'라고 행세하고 다니지 않았다. 그러면 이들은 자신의 직업을 무엇이라 말할까? (대부분은 앞에 Freelancer가 붙는다.) Independent Business Consultant, Developer, Designer, Filmmaker, Photographer등 아주 다양했다. 이들은 자신을 디지털 노마드라 포장하지 않았다. 연령이나 인종, 성별, 함께 동거하는 가족의 유무 등이 다양했고, 세계 지도를 펼쳐놓고 다트 던져서 이동해도 아무데서나 먹고 살 정도의 경제력이 있었다. (특히 비즈니스 컨설턴트는 프로젝트성으로 일년에 6개월 미만으로 일하고 3억 정도를 번다고 했다.)

 

한마디로 그들은 그저 해외생활이나 에메랄드빛 바다와 백사장을 동경해서 노마드로 사는 것이 아니라, 아무데서나 떨궈놔도 잘먹고 잘 살 사람들인 것. 

 

참신하게 사기치는 쉬운 방법! 그럴싸한 이름을 만들어서 Guru인척한다.

 

그러면 사짜 디지털 노마드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아주 쉽다. 첫째, 교육자격이나 교육 백그라운드가 전혀 없는 단지 원어민이라는 이유로 벌어먹고 사는 영어강사들. 특히 백인/남성/20~30대면 일자리가 아주 쉽게 구해지는 듯. 둘째, 이런 저런 온라인 강의를 찍어서 팔아먹는 사람들. 물론 전문지식은 별로 없음. 셋째, 유튜브 채널 Nomad Story를 팔아먹는 사람들. (여기에 드랍쉬핑까지 더해지면 금상첨화) 넷째, 내가 글을 쓰게 만든 이유이기도 한, 소위 디지털 마케터들. SEO/SEM으로 어필리에이트 수익이나 클릭베이트 웹사이트를 만드는 식. 다섯째, 앞에 말한 모든 것들을 강의로 만들어 '디지털 마케터 꿈나무' 들에게 팔아먹는 사짜들. 

 

아 벌써 눈에 훤히 그려진다. 벌써 디지털 노마드 한트럭 다봤다. 여기에 탈세하며 비자런 하며 (아동)성매매에 기타 등등의 문제는 거론하지 않아도 될것같다. 

 

동남아에서 살고, 여행하며 이런 이들을 너무도 쉽게 만나게 되니 이런 교훈을 얻는다. 앞으로 '너 뭐하니'라고 물었을 때,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나 디지털 노마드임'이라고 얘기하는 사람은 거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