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몇 개월간 생각해본 결과 말레이시아에서 집이나 부동산을 사는 것이 의미가 없겠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내집마련 목표는 한국이나 제3국에서 이어나가기로 했다. 물론 말레이시아가 한국이나 내가 생각하고 있는 제 3국에 비해 집값이 싸긴 하지만 나름의 이유를 통해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1. 날림공사

KL에서 손꼽히는 최고급 콘도 (2016년 말 완공)에서 일년 정도 살았다. 정말 정말 정말 좋은 콘도였으나, 역시 날림 공사. 디테일 등이 심각하게 떨어졌다. 입주한 지 2개월만에 천장이 새질 않나, 특히 자랑거리인 수영장은 바닥 타일이 벌써 다 들떴다. (다른 나라에 있는 야외 수영장에 가보니 완공 7년정도 되었는데 바닥타일 멀쩡) 욕실 수도꼭지는 온수 냉수가 반대로 설치되어있는데, 유닛을 30~40개 정도 봤고 유닛 세 개는 실 거주를 해본 바 모든 유닛이 그럴 것이다. 수도꼭지 온수 냉수 반대로 되어있는게 딱 샤워 수도꼭지만 그렇고 세면대나 부엌 싱크대는 또 제대로 설치되어있다. 이게 무슨. 이런 자잘한 부분들이 정말 많았고.


모든 유닛에 오븐이 설치되어있는데 나중에 오븐을 떼고 수리할 일이 있어서 오븐을 꺼냈더니 설치할 때부터 톱밥을 정리하지 않고 그대로 갖다 박아버려서 (빌트인) 톱밥이며 먼지가 그대로 안에 쌓여있었다. 와우바우. 한국보다 싸다고 한들 방 2개짜리 집이 5억 이상인데 이 돈을 이런 날림공사에 써야해? 라는 생각이.


2. 수요를 앞지르는 공급

지금도 정말 많은 콘도들이 새로 생기고 있다. 이런 고급 콘도를 매매할 수 있는 사람들은 한정적이고, 매매를 해서 월세 내준다고 해도 그 수요가 그리 많지 않다. 수요가 적은데 공급만 계속 많아짐. 이미 공급이 넘쳐나고 고급 콘도들에 공실이 정말 많은데도 계속 새로운 콘도가 지어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아파트를 계속 쥐고 있으면 건물 자체는 낡아도 집 값은 계속 오르기 마련인데 여기는 떨어지지나 않을까 걱정해야할 판. 내 집은 낡아가는데 계속 새 콘도가 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철저히 수요와 공급에 따라, 공급이 수요보다 많기 때문에 n억을 들여서 집을 샀다고 한들 렌트비를 높게 받지 못하니 계산해본 결과 렌트비로 원금 이자 갚기도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결국 집이 있다고 한들 돈을 추가로 들여서 대출원금 및 이자를 갚아나가야 하는데, 외국인으로(mm2h) 대출을 하면 이자도 꽤 센 편이라 어렵다 싶다.


3. 매니지먼트

아무리 공사를 믿을만한 디벨로퍼가 했다고 한들 아파트를 계속 관리하는 매니지먼트가 꽝이면... 보통 대부분의 공용시설이나 컨트랙터를 매니지먼트 오피스를 통해서 수리, 유지보수를 하는데 디벨로퍼가 첫 완공 후 수 개월이나 1년 남짓만 관리하고 그 이후에는 제3의 매니지먼트 회사에 맡겨버리는 식인듯하다. 매니지먼트 회사에 따지면 디벨로퍼 탓을 하고 디벨로퍼한테 연락하면 매니지먼트에서 해결하란다. 뭐 하나 해결하려면 몇 주는 기본이고 한달 이상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4. 불안한 환율

말레이시아 환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는데, 오를 기미는 별로 없는듯하고 새 정부 이후로 개발/공공시설에 대한 투자를 확 줄여버려서 (이전 정부에서 너무 막 투자한 감이 없잖아 있긴 하지만) 환율 올라갈 기미가 별로 없다. 특히 큰 공사였던 MRT Line3나 Speed rail 철수 이후에는 개발이나 건설쪽 회사들이 말레이시아를 대부분 떠났다. (건설쪽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많았는데 다들 짐싸서 돌아갔고, 남아있는 친구들도 조만간 다른쪽으로 옮길듯하다.) 현 정부에서 중국계 자금이 흘러들어오는 것을 막고 있고 중국계 자본에 부정적 스탠스를 계속 취하고 있어서 아무래도 환율 오르기는 글렀다. 투자에 돈이 흐르질 않는데 외국자본 들어올일은 없다고 보는게 맞겠지.


내가 내린 결론은 여기서 부동산 매매는 의미가 없다. 특히 여기서 실 거주용으로 산다는 가정이 없다면 투자용으로는 더욱 의미가 없다. 렌트비가 그다지 비싸지 않기 때문에 월세로 사는게 낫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