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소득세 25%? 환급은 되고요?


외국인에게 말레이시아 세법은 너무나도 가혹하다. 소득세 25%. 물론 평생을 이 금액을 내야하는 것은 아니다. 말레이시아에 182일을 체류한 이후에는 정상적인 세율이 적용된다. 182일 이후에는 누진세가 적용이 되기 때문에 소득이 얼마냐에 따라서 세율이 다르다.


물론 182일 이상 체류(+근무)를 하고 난 후에 차액(25%소득세-정상소득세)을 신고해 돌려받을 수 있지만, 그 절차와 과정이 복잡한데다가 언제 돌려받을지, 100% 돌려받을 수는 있는지 아무도 보장해주지 않기 때문에 많은 외국인 근로자들은 소득세 때문에 이런저런 문제에 시달리게 된다. 물론 일부 사업장의 경우 회계팀에서 이 과정을 알아서 처리해 준 후에 통장까지 무사히 돈이 들어오도록 해주는 곳도 있지만, 대다수는 고용자 본인이 알아서 해야한다.



그래서 소득세가 얼마라고요...? (사진-Savemoney Malaysia) 


만약 200만원의 월급을 받는다고 하면, 50만원이 세금으로 나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말레이시아에 오기로 결정을 해야 한다면 소득세에 대해서 꼭 생각해봐야한다. 한국인을 절실히 필요로하는 사업장이나 채용 연계를 해주는 알선업체에서는 물론 '소득세는 돌려받으실 수 있어요'하면서 달콤한 말을 하지만, 위에서 말한 대로 환급받는 과정이 쉽지 않다.


말레이시아에서 한국인을 채용하는 사업장은 주로 '한국어 네이티브 스피커'를 필요로하는 콜센터나 고객응대업무 담당, 한국시장을 타겟으로 하는 외국계 기업의 말레이시아 지사, 말레이시아에 위치한 한인업체 등 다양하다. 역시 말레이시아에서 한국인 직원 수요가 가장 많은 곳은 콜센터이다. 나와 비슷한 또래인 20~30대의 젊은이들을 채용하는 콜센터의 기본 임금은 사회 초년생을 기준으로 월 급여 5000링깃~6000링깃 사이. 5000링깃은 현재 환율을 기준(1링깃=273원)으로 136만 5000원, 6000링깃은 163만 8000원이다. 


*아래 계산은 단순계산이며 개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

여기서 소득세를 계산하면, 5000링깃의 25%인 1250링깃을 제해야하므로 3750링깃이 수중에 떨어지게 되는데, 위와같은 1링깃=273원의 환율을 적용하면 한 달 실수령은102만 3750원이다. 이렇게 계산하면 한국에서 한달 간 알바로 벌 수 있는 돈보다도 적은 금액으로 첫 6개월을 살아야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보통 콜센터에서 직원 복지로 주거를 지원해주는 경우는 없기 때문에 집 렌트비용과 생활비를 생각해보면... 한국에 그냥 있으세요



미친 소득세에도 불구하고 말레이시아를 선택한 이유?


사실 나는 동남아에 대해 엄청난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 중에 하나다. 지금도 그렇다. 그래서 지금 직장에 합격을 해 놓고도, 많은 시간을 고민했다. 지인을 총 동원해 동남아에 살고 있는 지인의 지인의 지인에게 물어보고 또 물어보고, 고민하고 또 고민을 했다. 소득세와 월급, 생활비와 유흥비, 그리고 여행비까지. 계산기를 두드리며 어느것이 나에게 좋은 선택인지 계속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겁나 좋아보이는 쿠알라룸푸르 전경. 발전되어보인다... 어쨌든 웰캄 투 말레이시아!


말레이시아행을 결정하게 된 가장 큰 계기 중 하나는 역시 미국에서 생활했던 경험이었다. 첫 해외생활이었던 미국 생활을 버티고, 적응하고, 또 즐기다보니 해외행에 대한 부담감이 많이 사라졌다. 한국에 돌아가서 근무했던 회사도 호주인 대표와 프랑스인 개발자, 해외생활을 했던 직원들과 함께였기 때문에 다양한 인종, 국가의 동료들과 일하는 것에 대한 장벽이 많이 허물어진 이유도 있었다. 


한국 시장에서 내가 경쟁력있는 지원자가 아니라는 이유도 있었다. 일하려는 분야와 전공이 달랐고, 기업 입장에서 나란 존재는 '꿀 빨다 온, 조직생활에 적응 못하는, 언제든 회사를 박차고 나갈 만한' 지원자인 셈이었다. 수 천 자, 수 만 자의 이력서를 정성스레 작성해도 면접을 볼 기회조차 없는 사실이 너무 힘겨웠다. 짧은 영어로, 외국인 신분으로 부딪혔던 미국에서보다 한국에서의 취업이 더 어렵게 느껴졌다.


사실 말레이시아에 오기 전 한국에서 대기업에만 도전해 본 것도 아니었다. 정말 많은 중소기업에 지원을 하고, 면접도 보고, 최종 합격도 몇차례 했었다. 하지만 어떤 회사에 가도 저녁 12시가 넘으면 택시비를 지원해준다며 큰소리를 쳐대는 통에 면접자리에서부터 피로가 몰려오는 느낌이었다. 연장근로 급여를 쳐주지도 않겠다는 소리를 어떻게 그렇게 당당하게 할 수 있는지 머리가 지끈해졌다. 나를 전부 갈아 넣어 회사에 투자할 만큼의 월급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첫 3개월은 얼마 되지도 않는 월급의 7~80%만을 주겠다며 열정페이를 강요하기도 했다. 


스무 몇 해를 한국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한국생활이 편한 것이 당연하고, 가족과 친구들이 모두 있는 터전을 버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녹록치않은 한국의 현실이 결국 동남아행을 선택하게 한 결정적인 이유였다. 그래서 현장에서 만족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렇다고 답할 것이다. 이 부분에 다음 포스팅에서 적어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