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야시장에서 치킨라이스를 사면서 상인 아주머니에게 가격을 물음. 'How much is it?' 아주머니 왈 '리마 링깃'. 나는 다시 되물음. 아줌마 또 '리마 링깃'. 대강 내가 모르겠다며 동공지진하자 '파이브링깃'. 그렇게 치킨라이스 사서 아주머니가 포장해주고있는데 다시 나에게 물음. 'You're not Malaysian?' 나의 대답 'No, I'm not.' 역시나 'I thought you were Malaysian' 이라는 대답. 현지인들도 현지인으로 생각하는 나! 나에게 아무도 영어로 물어보지 않는다. 말레이어로 물어보거나 중국어로 물어봄. (하...)


그나저나 포인트는 그게 아니고. 말레이시아 온 지 반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1, 2, 3, 4, 5도 현지어로 모르는 내가 너무 부끄러웠다. 한국에서 7~8년을 살았음에도 인삿말 제대로 모르는 외국인들을 비웃었던 과거의 나는! 무엇이었던가! 무언가의 번데기였던가! 이런 부끄러움은 페낭에서도 있었는데, 페낭에서 다들 음식을 시키는데 아이스 꼬송? 떼따릭(??) 무타박을 비롯해 뭐더라. 뭔 인도음식인지 로티차나이? 그런것도 하나도 몰랐음. 심지어 옆에 한국인 동료들도 다 알아듣고 척척 주문하는데 나만 영어 쓰면서 왕따당함. 생긴 건 제일 현지인같이 생겨가지고. 쯧쯧.


아무튼 여기서 어울리는 사람들이 회사에서는 한국인 아니면 외국인(젤 친한 친구들 본토 중국인). 회사 밖에서도 남아공 친구, 네덜란드, 호주, 덴마크 친구 등. 현지인 친구는 거의없음. 자주 가는 음식점 전부 around 솔라리스. 아니 이런 상황에서 말레이 생활을 제대로 즐기고 있는건지 의문이 생긴다.


반년 살았는데도 KL지리도 전혀 모르겠고, 외국인 친구들도 죄다 Expat이고. 이래서는 말레이시아 살다가 왔다고 말도 못하겠다. 다만 처음 왔을때보다 엄청 새까매져서 생김새로는 현지인화 되어있음. 


친구들이 조금씩 생겨서 재밌...긴한데, 말레이시아를 제대로 즐기고 있는건가 하는 물음에는 물음표만 잔뜩 생겨서. 도무지. 잠도 안온다. 나는 잘 살고 있는 건가.


이렇게 현지 생활 자체가 아니라 외국인 Expat Community에 묶여서 한정적인 경험만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고민이 든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현지인 친구를 사귀기에는 지금의 Expat생활에 너무나 적응이 되어버림. 동남아는 무서운 곳인것같다. 한국에서는 이런 생활비, 이런 물가로 이정도의 생활 당연히 못하겠지. 그나마 친한 친구 중에 인도네시아 친구가 있어서 자주 만나고 밥도먹고 하는데... 같은 콘도에 살아서 콘도 내 식당이나 콘도 근처 식당에서 밥먹는게 전부(!)


아, 뭔가 색다른 경험이 필요하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기왕 이렇게 살고 있는거, 말레이시아를 좋아하게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