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에서 살아요'라고 말하면 수영장 딸린 고급 콘도에 살면서 기사가 딸린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닌다고들 생각을 한다. 이건 주로 가족들을 동반하고 오는 주재원에게나 가능한 이야기이고, 나같은 20대 가난한 임금노동자(외국인 노동자)에게는 해당사항 無. 하지만 동남아에서 일하려고 '이주'를 한 이상, 집을 구해야만 한다! 나는 쿠알라룸푸르에 살고 있으니, 내가 살고있는 쿠알라룸푸르(줄여서 KL)를 기준으로 작성해보고자 한다.


말레이시아에서 집 구하기 팁


1. 혼자 살래, 같이 살래?


흔히들 동남아는 물가가 낮으니 말레이시아의 집값도 저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당연히 미친 집값의 서울과 비교하자면 이곳이 훨씬 저렴하다. 하지만 '서울 수준'의 깨끗한 원룸을 원한다면 한국과 비교해 결코 저렴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특히 쿠알라룸푸르 시내에 있는 고급 콘도를 구하자면 가격이 꽤나 나가는 경우가 많다.

가장 먼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혼자 살 것인지, 같이 살 것인지 정하는 것! 



1) 혼자 살기: 에이전트에게 집 구하기

여기에도 원룸 형태의 '스튜디오'가 굉장히 많다. 우선 쿠알라룸푸르에서 집을 구한다면 보통은 콘도(한국으로 따지면 아파트 개념)를 많이 생각하기 때문에, 콘도에 있는 스튜디오를 생각하면 된다. 혼자사는 것의 장점은 다들 알 거고, 단점을 꼽아본다. 우선, 혼자 집을 구하게 되면 에이전트를 상대하며 집값을 네고하고 집주인과의 문제도 생각해야한다. 가장 먼저, 에이전트를 상대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 말레이어나 중국어에 능통하지 않다면 더욱 그렇다. 

에이전트와 컨택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웹사이트를 통해 하는 것이 좋다. 아니면 말레이시아 한국 교민들이 많이 있는 커뮤니티인 굿모닝 말레이시아마이 말레이시아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말레이시아에서 집을 구할 때 쓰는 웹사이트들


가장 많이 매물이 올라오는 웹사이트는 iProperty Mudah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iProperty의 인터페이스를 선호한다. 그리고 대부분 올리는 에이전트가 거기서 거기이기 때문에 한곳만 꾸준히 지켜봐도 된다. 사진에 올라오는 매물은 없는 경우가 많고, 디테일도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꼭 에이전트에게 연락을 해 실제로 보고 결정을 할 것! 

2) 같이 살기: 룸메이트 구하기 vs 방 하나만 빌리기

같이 살기. (저)임금노동자인 20대 청년이 생각하기 가장 쉬운 방법이다. 집을 직접 빌려서 룸메이트를 직접 구하는 방식이 있고, 이미 룸메이트들이 있는 집에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만약 이미 룸메이트들이 살고있는 집에 들어가는 경우라면 말레이시아 버전 Cragslist인 ibilik에서 집을 찾는 것이 가장 좋다. 위에 소개했던 mudah도 있으나 역시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ibilik의 인터페이스가 좀 더 낫다. mudah는 좀 더 말레이시아 로컬들이 많이 쓰는 사이트인것 같고, 말레이시아에 사는 외국인들은 ibilik을 더 많이 쓰는듯 하다. 


룸메이트를 구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물론 종교이다. 말레이시아는 이슬람 국가인데다 중동, 인도, 동남아, 아시아, 유럽 등 다양한 국가에서 온 다양한 인종, 종교가 뒤섞여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과 같은 집을 쓴다면 집에 이성친구를 데려올 수 없거나, 돼지고기나 Non할랄 음식을 먹거나 요리하지 못하고, 술도 마실 수 없는 경우가 있다. 그러니 집 조건이 좋더라도 이런 사항을 참고해서 집을 구하는 것을 추천한다.



2. 자동차 소유 유무 - 말레이시아 대중교통


쿠알라룸푸르는 말레이시아의 수도인지라 나름(?) 대중교통이 잘 되어있는 편이기는 하지만, LRT 역이 멀리 떨어져있는 집이라면 접근성이 많이 떨어지는 편이다. 그래서 집을 구할 때 자동차 소유 유무가 굉장히 중요한 요소가 된다. 개인적으로는 자동차가 있더라도 LRT역이 가까운 곳으로 집을 구하는 것을 추천한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대중교통. LRT 역 근처에 집을 구하는 것이 좋다.

모든 대중교통이 연결되어 있는 교통의 요지는 KL Sentral


*말레이시아의 대중교통은 크게 LRT, KTM(Kommuter),Monorel, 버스 등이 있다. 여기서 LRT만 추천하고싶다. KTM은 배차간격이 길고 스케줄도 안맞는 경우가 부지기수. 쿠알라룸푸르 시내는 출퇴근시간에 차가 많이 막히기 때문에 버스는 추천하지 않는다. KTM역이나 버스정류장이랑 가깝다고 근처에 집을 잡았다가 후회하는 사람을 많이 봤다. 그러니 꼭 LRT역 근처로 구할 것. 차가 없이 대중교통으로만 이동하는 경우라면 무조건적으로 LRT 정류장과 가까운 곳을 고르는 것이 정신/육체 건강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말레이시아에서 차를 사거나 렌트를 하실 분들에게 한가지 조언을 드리자면, 한국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교통질서가 심각한 수준이다. 우스갯소리로 파란불은 밟아, 노란불은 밟을 수 있을 때까지 밟아, 빨간불은 남들한테 치이고싶지 않으면 밟아 라는 말이 있을 정도. 게다가 오토바이 인구가 많은데, 고속도로에 진입이 불가능한 오토바이들이 고속도로 곳곳에서 튀어나온다. 행인들도 아무곳에서나 길을 막 건너므로(...) 굳이 운전을 해야되는 경우가 아니면 추천하지 않는다.



3. 한국인과 떨어져 살 수 있나요?


그리고 말레이시아에서 집을 구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이 바로 이것. '한인타운'에 살아야 하나요. 라는 질문이다. 여러 국가를 돌아다니면서 한인들이 없는 곳에서는 살지 못하는 영혼들을 많이 봤다. 이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생활 방식이 어떻느냐에 따라 다른 건데, 나는 개인적으로 한인들이 많이 있는 곳을 피하는 편이다. 하지만 본인이 한인이 많이 사는 지역에서, 한국음식이 많은 곳에서, 혹은 한인 교회가 있는 곳에서 살고싶다면 한국인이 많이 사는 지역으로 집을 구하는 것을 추천한다. 


KL 근교에서 한인이 많이 사는 지역은 암팡Ampang과 몽키아라Mont Kiara 주변이다. 본인은 한 번도 가본 역사가 없다. 하지만 비교적 다른 타운에 비해 안전한 편이고, 한국 음식점이나 식료품점이 많기 때문에 한국음식이 없이 살 수 없다면 이쪽에서 사는 것도 고려해봐야 할 것이다.



4.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안전한 지역은?


강도나 소매치기, 성추행 등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이다보니 말레이시아에서 집을 구할 때 고려하는 점이 '안전한 지역'이다. 보통 KL Sentral을 중심으로 안전한 지역을 꼽으라면 유럽인들을 비롯한 백인이 많이 사는 Bangsar, Bangsar South, KLCC 지역이나 Setiawangsa, Ampang, Mont Kiara 등을 추천한다. KL Sentral도 괜찮은 지역이기는 하지만 역 근처 고급 콘도는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별로 추천하지 않는다. KL Sentral 지역은 리틀 인디아라고도 불리며 인도인(인도계 말레이시아인이나 인도인들)들이 많이 살기 때문에 애초에 인도인만 구하거나, 집에서 인도 향신료 냄새가 많이 나는 곳이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선호하지 않는다. 모두는 아니지만 일부 힌두교 신자인 인도인들은 소고기를 먹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