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롬복 여행의 주제는 힐링이었다. 그걸 비웃기라도 하는듯 롬복행 비행기에서부터 토하기 시작. 롬복에 도착해서도 세 번을 더 토하면서 이게 식중독이라는 걸 깨달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겪은 증세여서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고 호텔 변기 붙잡고 어엉 움. 아니 세상에 식중독이 이렇게 아픈 거라니.


이전에도 체하거나 술을 많이 마시거나 토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근 4~5시간만에 위액이 나올때까지 토한건 정말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그나마 식중독을 여러번 겪어봤던 남친님의 기지(?)로 새벽에 휴식을 좀 취하고 나니 괜찮았음.


호텔에 도착해서 도무지 식욕이 없고 축 늘어져서, 남친을 혼자 호텔 레스토랑에 두고 방으로 돌아와서 두 번을 더 토하고 있는데 갑자기 호텔방 벨소리. 알고보니 밥 못먹고 늘어져있는 나를 위해 남친이 과일 플래터를 올려다준 것. 어차피 solid food는 못먹으니 수분섭취라도 하라는 뜻인듯. 아픈 와중에 감동.


남친이 저녁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왔을 땐 이미 다 토하고 난 뒤라 그야말로 기진맥진 상태. 정신 없는 와중에 남친 이름 계속 부르면서 끌어안고 엉엉 움. 정말 내가 생각해봐도 애새끼같음. 아무튼 그 뒤로 프론트 데스크에 전화해서 약을 좀 받았는데, 약 포장지며 설명이 전부 바하사 인도네시아어로만 적혀있어서 남친은 핸드폰 플래쉬라이트 켜고 그걸 전부 구글 번역기를 돌려줌. 


아무튼 남친 없이 혼자 갔었으면 울며불며 앰뷸런스 불렀을거같은 느낌.


3, 4일차에는 투어를 했는데, 롬복이 우기라서 매일 매일 비가 왔다. 그래도 중간 중간에 스노클링을 한다든지 길리 섬들을 돌아볼 때는 비가 오지 않아서 꽤 재미있게 놀았다. 감기에 식중독에 연타로 때려맞고 나니 컨디션이 100%는 아니었지만 나름 재밌게 잘 놀았고 수영도 배우고 맛있는 음식도 많이 먹고 제대로 휴식하고 돌아온 것 같다.


정말 싫은 내색 하나도 안하고 챙겨준 남친님에게 감사. 고맙다고 인사하니까 '너도 내가 아프면 똑같이 해줄거니까 괜찬항'라고 하는 어른이. 아닌데. 나같으면 승질냈을듯 ㅋ


호텔은 롬복 본 섬 셍기기 비치에 있는 쉐라톤 셍기기 비치에서 묵었는데, 호텔 후기랑 투어 후기는 천천히 남겨봐야겠다. 호텔이 너무나도 만족스러웠다.


아무튼 롬복에서 힘들었지만 좋은 추억도 많이 쌓고, 다시 해보고 싶은 것들도 있어서 나중에 시간이 되면 다시 한 번 가보려고 한다. 방콕은 다시 가보고 싶은 생각이 없었는데 롬복은 아주 좋았음.


~ 2017년 글을 아카이빙 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