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유후인 후쿠오카 여행을 했다. 일본은 이번이 두번째. 후쿠오카 공항에서 바로 유후인으로 가서 료칸 이틀 숙박을 하고 후쿠오카로 다시 넘어왔다. 유후인에서는 일반 버스를 타지 않았고 벳부도 가지 않았기 때문에 버스라고는 고속버스만 타본 게 전부.

도쿄에서 사용했던 파스모 IC카드는 KL에 두고 안가져왔다. 하. 어차피 후쿠오카 시내에서도 후쿠오카 타워를 보는 일정 말고는 버스를 탈 일이 없고, 공항가는 지하철도 한번이라 따로 IC카드를 사고 반납하고 돈을 돌려받고 하는 과정이 귀찮을 것 같았다.


그게 화근이었나. 후쿠오카 타워로 가는 버스를 타고 돈을 내려는데 5천엔짜리밖에 없는거다. 두둥. 일본의 버스들은 5천엔과 1만엔 짜리 지폐는 받지 않는다고 한다. 천엔짜리가 유일하게 사용 가능한 지폐이다.

결국 오천엔 밖에 없다고 기사에게 설명을 하는데 기사는 단호하게 오천엔은 받지 않는다. 너는 내릴 수 없다. 돈을 제대로 챙겨야한다 등등 계속 말을 이어갔다. 일본어를 조금은 알아들을 수 있지만 이 이상으로 무슨 얘기를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일본의 버스 승하차는 뒷문으로 타면서 승차권을 뽑아 앞문으로 내리면서 승차권과 함께 거리비례요금을 내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내가 버스 요금을 내지 못하고 끙끙대고 있는 도중 다른 승객들이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나는 기존의 승객들이 내릴 수 있도록 옆쪽으로 자리를 비켰다.

결국 어떻게 해야하나 심장이 쫄리고 아주 난리 부르스를 치고 있는데 이미 내렸던 승객이 다시 돌아와서 얼마가 부족하냐고 영어로(!!!!) 물었다. 그래서 나는 400엔 정도가 부족하다고 혹시 빌려줄 수 있다면 내려서 바로 돈을 바꿔 주겠다고 했다. 그 남자 승객이 400엔을 흔쾌히 내 주어서 무사히 버스에서 내릴 수 있었다.

내려서 고맙다고 얘기했다. 알고보니 대만에서 온 대만인 관광객이었다. 자기도 일본에서 이상하고 불편한 점이 많았다고. 돈은 갚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하지만 타국에서 그렇게 도와준 것도 감사하고 일본인 승객들은 전혀 도와주지도 않고 오히려 나와 엄마를 밀치고 가는 도중에 이미 내렸는데도 다시 돌아와 도와준게 너무 고마웠다.

그 대만분도 우연인지 후쿠오카 타워에 간다고 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타워 입구로 같이 걸어갔다. 나는 그 남자분의 후쿠오카 타워 입장 티켓을 사주면서, 이것으로 갚겠다고 하고 다시금 고마움을 전했다.

버스에 잔돈을 제대로 챙겨 타지 않은 건 내 잘못이다. 그렇지만 이런 에피소드를 겪은 것도 뭔가 경험이랄까. 아무런 댓가를 바라지 않고 흔쾌하게 도와주려고 했던 대만인 관광객도 너무 고마웠다. 이름이라도 물어볼걸 그랬다. 일본에서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