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알라룸푸르 근교 여행, 등산코스 사가 힐 Saga Hill Trail


쿠알라룸푸르 생활이 점점 적응이 되어가고 있지만, 친구가 별로 없는 탓인지 회사-집 이외에는 잘 나돌아다니지 않았다. 대부분 더운 날에는 쇼핑몰에 가서 에어컨도 좀 쐬고 쇼핑을 하다가 돌아오는 식이었는데, 이게 반복되니 슬슬 질리기 시작. 우연찮게 남아공 친구가 등산그룹에 나를 끼워주면서 지난 주말 사가힐 트레일에 동행하게 되었다.


등산 그룹은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덴마크, 호주, 미국, 남아공 등 다양한 국가에서 온 친구들로 이루어져있었다. 영어로 의사소통이 이루어졌는데 오랜만에 실컷 영어로 떠들다오니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 이었다(!) 특히 덴마크 친구는 나와 비슷한 분야에서 일을해서 한국 시장과 해외시장의 차이에 대해 등산 내내 이야기를 나누어서 굉장히 유익하고 건전한 시간이었다.


우선 몬키아라에서 친구들이 나를 픽업을해서 Jalan Saga로 데려가려는 계획이었는데, 픽업은 제대로 했는데 우버에 Jalan Saga 주소를 잘못 넣어서 Saga Hill 트레일이 아니라 카장 지역으로 도착한 것이다.



우리가 가려던 사가 힐 등산코스는 위쪽에 보이는 Saga Hill이고

친구가 잘못 넣은 주소는 Kajang 지역의 Jalan Saga...



이미 나를 픽업하는 과정에서 우리 일행이 다른친구들에 비해 늦어졌는데, 카장으로 잘못 가는 바람에 30분을 더 늦어버렸다. 다른 일행들에게 먼저 출발하라고 일러줬으나 Saga Hill에서 기다려준 친구들, respect. 


우여곡절끝에 Saga Hill 등산로 초입에 도착하니 여러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바로 등산에 돌입!


그런데 생각했던 등산과는 차원이 달랐다. 우선 '등산'이라고 하면 나름 등산로가 있고 잘 다져진 흙길이나 계단, 그나마 바위정도를 예상하는데, 사가 힐 등산로는 그런 '등산로'가 아니라 정글이었다. 초반에만 계단길이 나오다가 점점 나무뿌리가 얽혀있는 정글로 변하더니 나중에는 바위도 아니고 흙도 아닌 70도정도의 경사로가 폭포로 가는 등산로로 쭉 이어져있었다. 내 허벅지.. 내엉덩이.. .불타고있어...


우리 그룹의 목표는 사가 힐 트레일의 폭포에 다다르는 것이었기 때문에, 우선 폭포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룹 내에서도 하이킹이나 운동을 많이 해본 친구들과 운동에 소질이 없는 친구들이 섞여있어서 15명 정도가 동시에 등산을 시작했지만 등산로의 중반 쯤에서 세그룹으로 나누어졌다. 덴마크친구가 가장 선봉에 섰는데, 선두그룹에 있고싶어서 짧은 팔다리를 열심히 움직였다(...) 덕분에 선두그룹의 유일한 여성멤버로 폭포에 도착!



이게 그 폭포인데, 물은 많지 않았지만 

나름 저기 서서 물맞는것만으로 시원했음.


아침 11시정도에 출발해 30도가 넘는 더위에 움직였기 때문에 땀이 폭포인지 내가 땀인지 모를 그런 상태로 육수를 쏟아냈는데, 가장 앞서서 걷던 덴마크친구는 그 날씨에도 뽀송뽀송했다. 덴마크 춥지않나... 대단한아이야. 나중에 들으니 채식주의자라고 했다. 폭포에 도착해서 남정네들이 웃통을 훌렁훌렁 벗는데 혼자만 복근이 6블럭으로 쫙쫙 쪼개져있길래 나도 채식으로 바꿔볼까 1초간 고민했다. 근데 등산 끝나고 치킨버거먹음.


폭포에서 나도 물을 맞을까 고민을 하고 있는데 친구가 '너 어차피 땀으로 다젖었잖아'라고 자꾸 나를 자극해서 시원하게 물을 맞았는데, 다른 여성멤버들은 아무도 안했고요... 나만 했어. 하지만 물 맞는게 즐거웠으니 됐어.


처음 출발해서 폭포까지 갈때는 쉬엄쉬엄 가느라고 2시간정도 걸렸는데, 하산하는 길에는 같이 갔던 친구가 약속이있어서 미친듯이 빠른속도로 내려오니 1시간만에 하산을 함. 내 온도니, 허벅지, 무다리 알다리 수고했어...


다음에는 Broga Hill에 도전해보는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