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영화관 관객크리...


한국에서 나는 영화광까지는 아니어도 한달에 한두번은 꼭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는 편이었다. 말레이시아에 와서 영화 1편이 3~5천원 사이라는 걸 알고 너무 기대했던 탓일까. 처음 와서 봤던 '마션'이후로 말레이시아 영화관에 치를 떨게 된다.


말레이시아에 오기 전 동남아에 대한 편견은 '후진국' 혹은 '후진국의 국민의식'이었는데, 이부분은 영화관에서 심하게 느낄 수 있었다. 


말레이시아에는 GSC, TGV, MBO 등 다양한 Theater 브랜드들이 있는데, 처음 말레이시아에서 영화를 봤던 곳이 Suria KLCC에 있는 TGV영화관이었다. 로비나 영화관 내부 시설은 아주 못봐줄 정도는 아니었는데, 천으로 된 시트는 다 떨어지고 헤져서 찝찝한것이 사실이었다. 내가 갔던 관만 그랬던 것일수도 있지만... 무튼 처음 앉을때부터 느낌이 좋지 않았다.


영화 상영을 5~10분 앞두고서야 입장이 가능한 점도 불편한 것 중 하나였다. 영화를 보러 가면 일찍 자리를 잡고 트레일러나 광고를 주의깊게 보는 편인데 영화 시작이 7시라고 하면 6시 50~55분이 되어야 입장을 할 수 있다. 그리고 7시 영화라면 영화는 7시 15분정도에 시작한다. 여기서 불편한 점이 또 하나 있는데, 영화가 영어로 된 영화여도 광고나 영화예고편이 말레이어나 인도어, 중국어로 되어있어도 자막이 없다는 사실. 한국에서는 영화 예고편에도 꼭 자막을 넣어주는데 이 점이 불편했다.


상영관 입장을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



말레이시아 영화관에서 가장 큰 관객크리는 소음과 핸드폰 불빛, 음식이다. 내가 가봤던 곳은 GSC와 TGV인데 영화 시작전부터 웅성웅성 하던 분위기가 영화 내내 이어졌다. 이곳 사람들은 헛기침을 하든 쳐다보면서 눈치를 주든 아랑곳하지 않는다. 관객의 소음은 단순히 귓속말로 소근대는 정도가 아니라 평상히 목소리로 뭐라고 하는지 영화 내내 떠드는 정도이다. 심지어 전화가 울리면 그대로 받는 사람들도 많고 영화 내내 대놓고 문자질을 하는 사람도 많다. 


음식. 음식에 대한 것도 문제이다. 한국에서도 언젠가부터 영화관에서 외부음식을 반입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곳 영화관에는 외부음식 반입 불가라고 대문짝만하게 써있음에도 불구하고 극장 직원이 제지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아예 식사를 하는 사람들도 많다. 물론 일부 고급 상영관의 경우 아예 식사를 제공하는 곳도 있지만 내가 말하는 것은 '일반 상영관'. KFC나 맥도날드 같은 패스트푸드면 다행이고 말레이 음식이나 인도음식을 싸와서 먹는 사람들도 있다. 이곳 영화관에서 관객크리를 당한 이후 화성에서 고군분투하는 맷 데이먼을 생각하면 커리냄새가 코를 찌른다.



나름 깔끔한 시설을 자랑하는 GSC (Golden Screen Cinema)


그래. TGV는 위에 설명한대로 최악의 경험이었다. 시설도 그다지 좋지 않고, 관객의 매너는 돈받고 팔아버린건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런 이후에 영화관을 피하다가 GSC에 가게 된다.


내가 갔던 GSC는 생긴지 얼마 안된 곳이라 아주 깨끗하고 시설도 나쁘지 않았다. 한국의 아이맥스관이나 삐까뻔쩍한 멀티플렉스 내 상영관에 비하면 한참 모자라긴 했지만 TGV에 비하면 양반이었다. 여전히 의자는 천으로 된 시트였지만 양쪽 팝콘/콜라 놓는 란도 꽤 크고 각도도 적당했다. 상영관 자체가 크지는 않았다.


TGV에서의 경험보다 GSC의 영화 관람이 훨씬 만족스러웠다. 몇 번으로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관객 매너도 이쪽이 훨씬 나았다. 여전히 코를 찌르는 음식 냄새가 영화 내내 나를 괴롭혔지만 봐줄만한 수준이었다. 내가 말레이시아에 적응이 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사진상으론 별로 커보이지 않지만 큰 콜라.

라지사이즈 콜라가 1200원 정도이다.


+ 아무래도 영어로 된 영화만 볼 수 있는데, 말레이어와 중국어로 자막이 나온다. 둘 다 모르니 패스.

+ 3D 상영관도 있다. 아직 경험해보지는 않았다.

+ 일부 고급 상영관은 서버가 음식을 갖다주기도 한다. 침대처럼 생긴 의자도 있다.

+ 영화값도 3~5천원 사이이고 영화관 음식 (팝콘/나초/핫도그 등) 도 한국에 비하면 훨씬 저렴하다.

+ 경험에 의하면 오히려 관객이 많은 주말 황금시간대에 가는 게 관객크리를 덜 당한다. 관객이 적으면 대놓고 전화하고 난리도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