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취업, 해외의 직장생활


최근 이런저런 풍파가 지나가고 난 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일을 잘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단순 성과를 잘 내는 것? 상사의 비위를 잘 맞추는 것? 동료들과 살갑게 지내는 것?' 답은 없다. 본인이 우선순위로 하는 것이 무엇이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나의 기준으로 일을 잘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주절주절. 한국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내가 해외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들에 대해서 적어본다.





1. 본인의 업무에 대한 이해

일을 잘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고, 그게 어떤 상황에 위치해 있고, 자기가 앞으로 이 일을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 해야 할 Task들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몇 사람들을 보면, 자기가 어떤 일을 하는지 조차 명확하게 개념이 안잡힌 사람들이 많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는 말이다.


자기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이 일을 해야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왜 윗선에서는 이런 일들을 시키는지에 대한 기준이 없이 그저 시키니까, 돈 벌기 위해서 하는 사람들을 보면 역시나 성과가 뛰어나지 않다. 



2. 효율적인 시간 분배

내가 이 회사에서 제일 많이 배웠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바로 시간 분배이다. 나는 내가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확실하게 정해져 있는 편이고, 그 시간 동안에는 누가 나를 괴롭히든, 못살게 굴든 내 일에 100% 집중할 수 있다. 그 시간에는 미친듯이 집중하고, 빨리 일을 끝내버리고 쉬자는 주의. 뭐 이건 본인이 어떤 스타일이느냐에 따라서 다르다. 또한 주어진 업무들이 자신에게 어느정도의 부담으로 다가오는지에 따라서도 다르다.


예를 들어, 100만큼의 업무를 A직원과 B직원에게 주었다. A직원은 2시간만에 100의 업무를 끝내지만, B직원은 이틀이 걸릴 수 있다. A직원은 100이라는 업무를 2시간에 끝낼 수 있는 역량이 있는 것이고, B직원은 이틀이나 걸린다는 말이다. A직원은 업무 시간 내에 일을 마치고, B직원은 잔업을 해야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런 시간 분배에 있어서 나는 나조차도 놀랄 정도로 일을 빨리 끝내는 편이다. 나는 멀티 태스킹이 잘 되는 편은 아니지만, A라는 일을 하다가 갑자기 B라는 일을 해야 할 때 회전이 빠른 편이다. B라는 일을 바로 마치고 다시 A로 돌아가도 무리없이 일을 마칠 수 있다는 것이다. 



3. 본인의 역량에 대한 이해

여기서 2번에서 들었던 예시를 다시 꺼내보자. A직원, B직원은 같은 양의 업무를 할당받았다. 그리고 A직원은 2시간만에 업무를 마치고, B직원은 내일까지 동일 업무를 진행해야한다. 이런 경우에, A직원이 모든 일을 마치고 여유를 즐길 때, B직원은...? 아직 일을 하고 있겠지.


본인의 역량이 어느정도인지, 자신의 업무 스타일이 어떤 것인지, 또 지금 일하고 있는 자리에서 본인의 스타일과 맞는 업무를 하고 있는지. 이런 이해도 중요하다.


내가 100 업무를 하고 있을 때, 다른 사람들은 제 시간에 마치는 일을 다음날 까지 끌고 가야 한다면 그건 내가 무리한 업무를 할당받은 것이 아니라 내 역량이 부족한 것이다. (아니면 게으르거나.) 본인이 어떤 것들이 부족한지 안다면, 고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역량이 부족하니 때려치우소. 라는 게 아니라, 빨리 끝내는 사람들은 어떻게 효율적으로 일을 하는지 보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니 자신의 역량을 아는 것도 일을 잘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겠다.



4. 커리어, 미래에 대한 이해

요즘 참 안타까운 점은, 취업이 너무 어렵기 때문에 아무 곳이나 불러만 주면 가서 일하겠습니다. 하는 태도이다. 나의 커리어 패스가 어디인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이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어떤 경력과 업무스킬을 쌓을 수 있는지 알고 일을 하는 것과, 주먹구구식으로 돈을 벌기 위해서 일하는 것은 완전 다르다.


나의 업무적 목표는 이것들이고, 이 회사에서의 경험을 통해 그를 쌓아서 차후 이런 일들을 하겠다 하고 목표가 정해져 있다면 일을 하면서 충실히 그를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고, 결과적으로 목표에 다가설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런 커리어에 대한 부분은 나조차도 말레이시아에 넘어오면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이다. 하지만 이 회사에서 정말 좋은 상사들과 동료들이 차곡차곡 그 목표를 설정하고 업무적으로 배워가는 과정을 보면서 나도 이런 목표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물론 목표라는 것이 달성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되는 지향점이기는 하나, 본인이 그 목표를 향해 똑바로 달려나갈 수도 있고, 빙빙 돌아서 갈 수도 있다. 또한 그 지향점에 다다르지 못할 수도 있다. 다만 그 목표를 향해서 가는 사람과 목적없이 헤드라이트로 보이는 지점만 바라보며 칠흑을 달리고 있는 사람은 다를 수밖에 없다.



5. 조언자, 동반자

직장을 그저 돈 벌러 오는 곳이라고 생각해버리기에는, 내 삶에서 너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같은 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상사들이나 동료들로부터 배울 수 있는 부분도 많다. 그래서 직장 생활을 하면서 동료나 상사들로부터 얼마나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지도 관건이라고 하겠다.


나는 그래서 이전에 근무했던 스타트업 회사들에서 많은 회의를 느꼈다. 일단 수적인 열세다보니 그 사람이 그 사람이고,사실 많은 정보나 조언을 얻기가 어려웠다. 지금은 꽤 규모가 있는 공간에서 일을 하고 있으니 상대적으로 보고 배울만한 사람도 많다. 


그래서 직장에서 조언자, 그리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동반자를 찾는 것도 '일을 잘하는' 것의 범주에 포함시키고 싶은데, 그런 면에서 지금 직장이 만족스럽다고 말하고싶다. 배우고 싶은 상사도 있고, 함께 목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싶은 동료도 있다. 



요새 이런저런 사건사고가 많았던 시기이고 이직과 퇴사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시점이라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한다. 이 글을 쓰면서 그래도 내 탈 많았던 직장생활에 대한 정리가 되었던 것 같다. 앞으로도 일을 하면서 '일 잘하는' 직원으로 인정받기 위해(?), 혹은 내 개인적인 발전을 위해 위의 사항들을 잘 고민하고 숙지해야겠다.


*이미지 출처: 위키피디아 (우리 사무실 사진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