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취업의 장단점 1

동남아 근무의 장점들



*개인적인 글이니 틀린점도 있고 다른 회사랑 다른 점도 있을겁니다. 심각한 오류라고 생각하면 댓글로 알려주시거나 질책도 환영합니다.*


말레이시아에서 일하기. 사실 일을 시작하고 초반에 '해외근무, 동남아취업 장단점'에 대한 글을 쓰려고 했는데 미루다보니 어느덧 일을 시작한지 반년이 되어간다. 뭐, 그래도 반 년간 일을 해보니 좀 더 자세하게(?) 솔직하게 쓸 수 있는 부분도 많을거라 생각하고 스타트!


말레이시아에서 일을 한다! 처음 취업제의를 받고 말레이시아? 뭥미?! 하고 멘붕이 왔다. 내가 2n년간 가 본 동남아 나라라고는 싱가폴이 전부고 그마저도 4일정도 짧게 패키지투어로 다녀온 게 다였다. 사실 링크드인이나 사람인, 잡코리아 등을 통해 여러 취업제의를 받아봤고, 해외근무 제의도 많이 받아봤지만 말레이시아에서 근무하는 제의는 그게 처음이었다.


자세한 말레이시아 취업 과정은 다른 글에 남기도록 하고, 오늘은 말레이시아 근무에 대한 장점을 적어보려고 한다.



말레이시아 근무의 장점 1 - 뭐라고요? 중산층이라고요?


말레이시아에서 현지인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직장을 갖게 되면, 초봉으로 받는 월급은 1700~2000링깃 사이라고한다. 이는 한화로 환산하면 50만~60만원 정도가 된다. 아르바이트 아니고 정직원, 사무직 초봉이다. 그것도 4년제 대학 졸업장이 있는 사회초년생이 받는 초봉. 


아무리 해외취업에 환상을 가지고 있고, 해외근무를 통해 경력을 쌓으려는 피가 끓는 청춘이라고 한들, 해외에서 혈혈단신 5~60만원을 손에 쥐고 살 수는 없는 노릇. 물론 한국인에게는 저정도까지의(?) 월급을 주는 회사는 없다. 애초에 외국인에게 개인에게 비자를 내줄 때 저 금액으로는 불가능이다. 게다가 나같은 한국인들이 보통 가지고 있는 동남아에 대한 인식 (후진국, 이슬람국가, 더움, etc) 이 합쳐지면? 아무튼 한국인을 말레이시아 현지에 고용하려면 꽤나 많은 금액을 제시해야만 한다!



그래서 한국인이 현지에서 받는 금액은 얼마요? 라고 묻는다면, 직종에 따라, 경력에 따라, 계약사항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주로 한국인을 채용하는 직군은 콜센터이고, 콜센터에서는 그렇게 많은 월급을 주지는 않는다. 보통 5000링깃 전후로 제안을 하는데, 5000링깃은 한화로 145~150만원 정도가 된다. 한국에서도 콜센터 직군 자체가 적은 연봉을 받는 곳이니 한국에 비해 아주 적은 금액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여기에 복병이 있다. 바로 외국인 소득세 28%. 5000링깃을 다 받아도 사실 한국에서의 생활 정도를 영위하기가 힘든데, 28%를 제외하고 나면 수중에 떨어지는 금액은 3600링깃. 한화로는 100만원을 조금 웃돈다. 그래서 이 미친 소득세 때문에 말레이시아에 오기를 꺼려하는 청춘들이 많다. 소득세에 관한 글은 아래의 링크를 참조.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말로는 일부 콜센터 (대부분 여행, 관광, IT산업 쪽)에서는 이런 문제(=소득세 비싸서 안감, 빠이)를 해결하고자 일정 소득세를 지원해주기도 한다. 


무튼, 5000링깃을 받는다고 쳤을 때, 소득세 28%를 제해도 수중에 떨어지는 돈은 100만원 이상. 이는 4년제 졸업 후 현지 사회초년생이 받는 월급의 두 배이다. 한국경영자총연합에서는 2015년 대졸초임이 4075만원이라고 하는데 개 좆같은 소리는 집어치우고. 한국에서 사무직 초봉으로 대략 200만원의 월급을 받는다고 치면, 외국인이 한국에서 콜센터에서 일할 때 400만원을 받는 것이다. 너무 단순한 비교이지만 대충 이해가 되려나. 그래서 말레이시아에서 한국인 = 부자라는 인식이 자리잡아가고 있는데... 무튼...


그러니까 우리는 콜센터에서 일을 하든, 마케팅이나 IT분야에서 일을 하든 현지에서는 중산층에 속하게 된다. 이게 왜 장점이냐고 한다면 나는 평생 중산층으로 살아본 적이 없어서 설레서 그래. 라고 대답할까? 


사실 나는 한국에서 일할 때보다 적은 임금을 받고 일한다. 이 월급때문에 말레이시아에 오는 것을 꺼린것도 사실이다. 처음 연봉협상을 할 때, 나는 경력도 있는데 왜 한국에서 일할때보다 연봉을 깎고 들어가야 하느냐. 라는 질문을 했다. 사실 나는 말레이시아 현지에 오기 전까지는 말레이시아 평균 임금이나 보통 취업시장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알지도 못했고 알 필요도 없었다. 회사에서는 '여기서 한국인 평균 임금은 xxxx링깃이고 네가 xxxx링깃을 받으면 평균보다 높은거다' 라고 나를 구슬렸다... (막상 와보니까 평균보다 쥐콩만큼 높긴 함)




아파트에 수영장은 기본 아닌가여? ㅎ


각설하고. 그래서 한국에서 극빈층으로는 즐길 수 없었던 럭셔리 스포츠/레저나 동남아 여행시 브랜드 호텔에 가서 묵는다거나 하는 사치가 가능해졌다. 내가 학교를 다니던 20xx년 즈음에 학생식당 밥값 3500원도 없어서 삼각김밥 두 개 먹고 땡쳤던 시절에 비하면 엄청나게 호화스러운 생활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서울에서 자취할 때와 비슷한 가격(50만원 내외)으로 수영장이 두개나 딸리고 24시간 가드가 지켜주는 고급 콘도에서 묵을 수도 있다. 물론 고급 콘도 안에는 스쿼시장, 헬스장, 농구장, 테니스장, 실내 탁구장 등의 시설도 갖추어져 있다. 이 얼마나 럭셔리한 생활인가! 물론 이정도까지 럭셔리한 생활을 영위하는 건 아니지만, 같은 생활비로 여기서 좀 더 사치스럽게 사는 건 맞는 것 같아.



동남아시아 취업의 장점 2 - 유연한 회사생활


나는 한국어를 필요로 하는 직종에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같은 팀에도 한국인 직원들이 있다. 그래서 웃긴 것이, 말레이시아 회사의 특징과 한국 회사의 특징을 전부 가지고 있다는 건데, 오늘은 장점을 얘기하는 날이니 좋은 점만 추리도록 하겠다. 


한국에서 회사생활을 할 때는, 점심시간을 쪼개서 은행에 다녀오는 것도 눈치보였던 것이 사실인데, 여기선 그런게 없다. 우선 상사한테 말해두고 정당한 이유라면 2시간정도 밖에서 일을 처리하고 와도 된다. 이건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매니지먼트/임원 레벨이 한국인이 득시글한 한인회사가 아니라면 말레이시아 대부분의 회사가 한국보다는 훨씬 유연한 사내문화를 가지고 있다. 직급 체계도 좀 더 단순하다.


무엇보다 좋은 점이 내가 원할 때 휴가를 쓸 수 있다는 점! 한국에서는 내가 연차가 있든, 휴가가 있든, 윗선에서 짤리면 그만. 인데다가 추석이나 설날에 붙여쓰는 휴가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는데, 여기서는 추석에 붙여쓰든 설날에 붙여쓰든 같은 팀끼리 많이 겹치지만 않는다면 대부분 okay 이다. 병가도 병원에 갔다왔던 기록만 제출하면 별다른 문제없이 계약서에 명시된 일자만큼 병가를 쓸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이 칼퇴! 칼퇴를 빼놓고 말레이시아 취업의 장점을 논할 수가 없다. 일을 마치는 시간이 오후 6시면, 5시 55분부터 대기타고 있다가 6시 땡치자마자 컴퓨터 전원을 꺼버리고 나간다... 심지어 팀 회의 있을때도 내 퇴근시간 되면 그냥 집에 간다(...ㅎ) 어떻게 그러냐고, 그래도 네 업무는 마쳐야 되는거 아니냐고. 내가 왜 그래야하지.. 내 계약상 적혀있는 근무시간만 채우면 되는데 말야. 한국에서는 절대 불가능할것만 같았던 일이 현실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당신네 한국 회사가 칼퇴가 가능한 곳이라서 콧방귀 끼고 있다면 음.. 그래. 니 똥 칼라 똥.



말레이시아 회사 생활 장점 3 - 다양한 국적과 인종의 동료들


내가 있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는 정말 다인종, 다국적의 도시이다. 내가 갔던 그 어떤 나라/도시보다 더. 그도 그럴것이 애초에 말레이시아 자체가 말레이계+중국계+인도계로 이루어진 다인종 국가인데다가 쿠알라룸푸르에 동남아/ASEAN/APAC 지부가 있는 회사들이 많기 때문에 외국인 노동자들도 많다. 태국, 필리핀, 캄보디아, 싱가포르 등지의 동남아 여행지를 떠도는 배낭여행객도 쿠알라룸푸르에 한 번쯤은 들른다. (그럴 필요 없다.) 


아무튼 그래서 요는, 회사생활 할 때 다양한 국적, 인종, 언어/문화권의 동료들과 어울릴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 회사만 해도 말레이시아 현지인들을 비롯해 동남아, 동북아, 유럽, 북미, 오세아니아 등 다양한 문화권에서 온 다양한 국적, 인종의 동료들과 매일 같이 일하게된다. 각자 각자의 영어(?)로 대화를 하니까... 정체불명의 영어를 습득하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뭐. 좋은거겠지.


미국에서 일할 때는 기껏해야 중국계/인도계 엔지니어가 미국이 아닌 외국에서 온 사람의 전부였는데, 여기는 현지인보다 외국인들이 더 많은것같다... 이것도 회사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보통 한국인을 필요로하는 회사는 다국적의 동료/상사들이 있는 곳일 확률이 높다. 사실 한국에서도 외국친구들과 자주 어울렸지만 여기서는 매일 보는 애들이 싱가포르인, 태국인, 베트남인, 일본인, 중국인, 남아공인, 인도인, 영국인, 독일인, 미국인 등등 외국인들이다보니까 가끔은 내가 어느 나라에 와 있는건지 혼란스러울 때도(... 주로 점심먹고 졸리면) 


한국에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인식이 나부터도 좋지 않았고, 특히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남아시아 등 내가 한국보다 후진국이라 느끼는(...) 국가들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말레이시아에 오고 반년정도 살다 보니 그것도 다 편견이더라... 20대 또래 친구들은 나와 너무 비슷하고 관심사도 비슷해 이야기도 잘 통한다. 서로 제 2외국어인 영어로 소통하다보니 가끔은 오해가 생길때도 있지만 그것도 다 재밌다. 이슬람 국가에 와서 불교인이 되어가는것같아.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회사에서도 다른 팀과도 잘 어울릴 수 있도록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해주고 지원해주는 편이라 다른 국가 친구들과도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주말에도 등산을 가거나 테니스를 치거나 다양한 액티비티를 하면서 어울리니. 내가 바로 글로벌 한국인.(ㅋ)



말레이시아 해외취업의 장점 4 - 비자 따기가 세상에서 제일 쉬웠어요.


나는 미국에서 취업준비를 했었다. 비자 신청하기 전단계에서 미끄러져서 족같은 1년을 보내고 나니 외국인으로 해외취업에 부딪히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 이후로 한국에 머물렀고, 해외취업에 대한 생각은 당연히 접고 있었다. 운이 좋았던 탓인지(?) 말레이시아에 와서 해외근무를 하게 되었지만, 그 당시만해도 '비자'라는 말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취업비자가 뭐죠? 먹는건가요? 하며 살았다.


해외취업을 할 때이민국/취업비자/고용주 등의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빈번하다. 말레이시아의 경우에는 비자를 실제로 손에 받는 과정까지 한 달~한 달 반 정도가 소요됐고, 내가 했던건 내 여권 사본 스캔해서 보내주고 계약서에 사인한 게 전부다. 이민국에서 인터뷰를 본다던가, 변호사를 써서 꼭 외국인을 채용해야되는 이유를 밝혀야 된다거나, 복잡한 서류작업을 거치지 않고도 손쉽게(?) 비자를 받았다.


동남아시아에서 한국인을 필요로 하는 직종은 보통 '언어'와 관계가 깊기 때문에 꼭 한국인 네이티브 스피커가 아니면 안되는 자리이다. 그 말인즉슨 한국인을 필요로하는 직업에 내가 지원을 한다면 일단 '붙기만하면' 비자걱정을 굳이 안해도 된다는 거다. 물론 이런 문제를 겪으신 분도 있을 것 같아서 말하기가 조심스러울까 싶긴 한데... 보통 한국인을 채용했던 경험이 있는 회사라면 어렵지 않게 비자가 나온다.


*외국인을 채용하는 회사 중 MSC에 등록되어 있는 회사들은 비자가 쉽게, 빨리 나온다. (보통 한 달 내외) 

*본인이 취업하려는 회사가 MSC에 등록되어 있는지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 (우리회사도 있다 올ㅋ)

http://www.mscmalaysia.my/status_company



동남아 취업의 장점 5 - 여행! 여행! 여행! 


뭐니뭐니해도 말레이시아에서 생활하면서 제일 좋은 점은 동남아 휴양지로의 여행이 너무 쉽다는거다. 물론 182일간 14일밖에 못나간다는 규정이 있긴 하지만 그 규정이 풀리고나면!? 자유! 싱가폴, 방콕, 푸켓, 발리, 자카르타, 필리핀 세부, 베트남, 캄보디아, 등등. 내가 지난 2월 방콕에 갔을때 왕복 비행기 티켓이 한화로 10만원도 안됐다... 인도네시아는 그보다 더 싸게 갈 수도 있고, 프로모션 기간을 노리면 비행기값은 10만원 내외로 동남아 국가로의 여행이 가능하다. 방콕에 있을 때 호스텔에서 묵었기 때문에 숙박비도 별로 쓰지 않았고 (4박에 7만원 정도 씀... 나의 스쿠루지의 공통점은 짜다는 것이요 차이점은 나는 그지라는거) 가서 먹고 쇼핑하는데 20만원 정도를 썼으니 총 40만원으로 방콕여행을 조짐! ㅎ... 만약 쇼핑을 안했다면 한국에서 태국가는 비행기값으로 여행 한 번을 했다는 거다!


동남아 여행뿐만아니라 뉴질랜드나 호주도 한국에서 가는 것보다 가깝고 싸다. 대신 미국을 가고싶으면(...) 나중에 가는걸로.



지상낙원 ㅠㅠ


게다가 태국이며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지가 멀지 않기 때문에 주말에 도깨비 여행으로도 충분히 갈만한 거리가 된다는 점. 사실 나는 단기여행보다는 장기 체류를 선호하는 편이긴 하지만 동남아를 평소에 여행할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말레이시아에 있는 동안 많이 돌려고 한다. 올해 안에 싱가포르도 다시 갈 일이 있을것같고. 신난다!


여행을 많이 다니는 편은 아니지만 금요일에 떠나서 월요일 아침에 돌아와 바로 출근하는 미친짓이 가능하다는 점은 엄청난 메리트가 아닐까(...) 여행 싫어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거라고 생각해... 만약 말레이시아 생활을 접고 한국에 돌아갈 때가 오면 미얀마랑 캄보디아를 돌아보고 가고싶다... 


항상 말레이시아항공이나 에어아시아를 타야 된다는 점은 좀 무섭지만(...) 그래도 싸니깐!




여기까지 말레이시아 취업의 장점을 추려서 올려보았다! 나중에 또 업데이트 할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 단점은 너무 길어질것같아서 천천히 쓰는 것으로... 여행계획을 너무 많이 잡아놔서 그런지 통장도 울고 나도 울고. 그래도 설렌다!